북해도의 화살표 가로등
Posted 2018. 7. 12.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Oisii Japan
북해도를 다니다 보면 다른 데와는 조금 다른 모양의 가로등을 볼 수 있다. 도로 멀찍이에서 길게 휘어진 가로등 끝에 빨간 색과 흰 색이 번갈아 나오는 월리(Wally) 셔츠처럼 생긴 화살표가 도로를 향해 내리꽂듯 서 있는데, 당연히 저게 뭘까 하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차선을 알려주는 표시인데, 눈이 많이 내리고 높이 쌓이는 겨울철 멀리서 달려오는 운전자들이 행여 눈에 덮인 아랫쪽 차선을 미처 구분하지 못하고 차선을 벗어날까봐 미리 주의를 환기시키는 장치였다.
여름이 오기 시작하는 6월에 가서, 말로만 듣던 북해도를 뒤덮는 눈 구경은 하지 못해 짐작만 할 뿐 실감은 안 났지만, 그래도 한나절 운전하며 달리다 보니 이 화살표가 은근히 도움이 됐다. 멀리서부터 눈에 띄고 일정 간격으로 나타나니까 심심하지 않았고, 어느 순간엔 든든한 가이드와 동행하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차를 길가에 세워두고 저 아래서 팔을 벌리고 점프하는 인증샷을 찍고 싶었지만, 참았다.^^
삿포로에만 있는지 모르겠지만, 신호등 끝에 작은 노란 스피커가 달려 있었는데, 북해도의 상징 새인 까마귀 울음 소리를 냈다. 깍깍 시끄럽게 내는 건 아니고, 나름 리듬감을 가진 귀여운 소리였다. 신호등을 건너면서도 그저 그러려니 하고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막내가 흥얼흥얼 이 소리를 따라 하고 있었다. 여행하는 동안 귀에 익어 종종 흉내를 내보려 했지만, 그게 아니라고, 리듬감 되게 없다는 핀잔만 듣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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