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남는 사진 - 오타루 기찻길 옆 화단
Posted 2018. 7. 9.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Oisii Japan
오타루의 백 년 넘은 철길 - 다른 데 철로가 놓이면서 지금은 사람들이 걷는 길이 됐다 - 풍경이 참 좋았다. 철길 양쪽으로 소박한 주택가가 들어서 있고, 철로 옆에는 수수한 화단이 조성돼 산책하기 딱 좋아 잠깐 걸어보자는 게 한참을 머물게 되는 동네였다. 하늘의 구름이며. 철길과 산책로에 길게 누운 주변 집들의 그림자며, 적당한 밝기에 수채화 같아 보이기도 해서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풍경도 마음에 들지만, 마침 근처에 사는 모자를 쓴 어린 소녀가 막 자전거를 몰고 달리려는 순간이 포착돼 풍경에 생동감을 더해 주었다. 근처 집에서 끌고 오다가 발로 박차면서 자전거에 올라타는 역동적인 순간이 잘 담긴 것 같아 찍을 때부터 잘 나와라, 잘 나와라를 속으로 되내였는데, 그런대로 만족스런 장면이 잡혔다.
철로 주변답게 때 되면 갈아주는 침목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삐쭉빼쭉하게 작은 화단을 만들어 놓은 것도 보기 좋았다. 아마도 동네 주민들이 정성스럽게 가꾸는 것 같았는데, 화단은 철길을 따라 이어지면서 서로 다른 꽃들을 피워내 자칫 없었더라면 쓸쓸하게 보일 수도 있을 풍경을 화사하게 바꿔 놓았다. 철로를 따라 왔다 갔다 하면서 사색에 잠긴 이들, 마치 무슨 하이스트 무비라도 찍는 양 친구들과 나란히 간격을 두고 걷는 이들 모두의 공간이었다.
'I'm traveling > Oisii Japan'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난버스 가부찻집 (0) | 2018.07.11 |
---|---|
삿포로 Fun Man (0) | 2018.07.10 |
청의 호수와 흰수염폭포 (0) | 2018.07.08 |
모든 사람을 위한 라멘 (2) | 2018.07.07 |
오타루 Free-Lance 커피 재즈 (0) | 2018.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