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버스 가부찻집
Posted 2018. 7. 11.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Oisii Japan
여행을 하다 보면 발음 때문에 웃기는 일들이 생기곤 한다. 대만이나 홍콩 그리고 일본 같은 한자문화권에선 한자를 우리식으로 읽거나 현지식으로 읽는 과정에서 픽~ 하고 웃음을 터뜨릴 때가 있다. 삿포로 시내를 걷다가 재밌는 회사 이름을 새긴 버스를 봤는데, 하필이면 민망하게도 도난 버스였다.
대개 이럴 땐 이름을 지우거나 가려야 하건만, 간 크게도 이 버스는 도난(했거나 당했다는) 사실을 표방하면서 룰루랄라 시내를 달리고 있었다. 아무도 그 사실을 신경쓰지 않는 듯 했고, 나만 그런 것 같아서 괜히 주위를 둘러보게까지 만들었다. 당연히 한자로 쓰면 盜難이 아니고, 道南인데, 삿포로에서 하코다테 가는 길에 있는 노보리베츠 온천 가는 버스 회사였다. 이 버스 보면서 킥킥 웃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한국 여행자들일 것이다.^^
오타루에서 새벽 산책길에 만난 찻집 이름도 특이했다. 연한 붉은 벽돌과 회색 투 톤으로멋을 낸 이 집 상호는 가부다관이었는데, 차를 마시거나 사러 들어올지 말지 가부(可否) 간에 결정하라는 식으로 들렸다. 물론 이럴 리는 없고^^, 가부(可否)의 현지 발음은 '커포우'로, 커피를 음역해 썼던 모양이다(지금은 대개 커피의 한자어인 咖啡'가배'로 쓴다).
그러니까 가부다관은 커피 마시는 집쯤 되는데, 놀랍게도 1888년에 도쿄에 처음 문을 연 일본 최초의 커피전문점이라고 한다. 간판 아래에 SINCE 1971이라 써 놓은 걸 보면 오타루엔 1971년에 들어온 모양이다. 걸으면서 사진 찍을 땐 몰랐는데, 2층 오른쪽으로 커다란 굴뚝들이 보이는 걸로 볼 때 로스팅을 함께 하는 집일 것 같다. 이런 유구한 역사를 미리 알았더라면 나중에 들어가서 커피 한 잔 하거나 원두를 사 오는 건데, 늘 뒷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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