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루 담쟁이 운하 창고
Posted 2018. 8. 9.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Oisii Japan
오타루 운하 주변을 걷다 보면 외형은 그대로 두고 내부만 개조해 음식점이나 결혼식장 등으로 사용하는 길게 붙어 있는 운하 창고들을 볼 수 있다. Oldies but Goodies라도 되는 양 외관은 간판 등 최소한도로만 고쳐 고풍스런 느낌을 그대로 유지하는데, 담벽과 지붕 위까지 담쟁이가 길게 타고 올라 덮으면서 오래된 창고 건물들을 더더욱 연륜이 있어 보이게 만든다.
운하 반대편으로 난 도로를 걸으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데, 지붕까지 높이 올라간 담쟁이들은 건축가들의 어떤 건축 디자인에도 뒤지지 않는 멋진 천연 디자인을 선보이면서 고색창연한 이들 창고 건물들을 돋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바닷가의 거센 바람과 따가운 햇볕에도 살아 남아 일가를 이룬 담쟁이들로 인해 자칫 황량해 보였을 운하 풍경이 아연 활기를 띠게 됐다.
개중에는 안을 비워 주차장으로 쓰는 창고도 있는데, 이렇게 멋진 실내 주차장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운전자들은 어쩌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게 숲속으로 여행을 가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차를 기분 좋게 입고시키라고 입구는 출구에 비해 좀 더 담쟁이들이 무성한데, 이런 데는 주차요금이 다른 데보다 조금 비싸도 양해가 될 것 같다.
이런 고즈넉한 분위기에 식당이나 카페 말고 어울리는 업종은 뭐 없을까. 빨간 벽돌과 뾰족지붕과 높이 솟은 탑은 작은 규모의 결혼식장으로도 딱일 것 같은데, 역시나 웨딩홀로도 쓰이고 있었다. 이런 데선 딱히 크게 연출하지 않더라도 곳곳이 신랑신부의 최고의 순간과 장면을 잡는 포토존이 될 것 같았다.
여러 채의 창고 건물들은 붙어 있기도 했지만, 한두 사람이 걸어서 반대쪽으로 갈 수 있는 통행로가 나 있기도 했는데, 담쟁이들은 이쪽에도 자라서 걷는 이들의 친구가 되어 주었다. 담쟁이들의 초록이 없이 회색 담벽만이었다면 쓸쓸하고 휑한 느낌이 났을 텐데, 덕분에 지나다닐 때도 지루하지 않았을 것 같다. 높이를 조금 달리해 한 장은 밝게, 또 한 장은 어두운 톤으로 잡아 봤는데, 담쟁이 덕에 둘 다 느낌이 좋은 사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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