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민들레와 연꽃
Posted 2018. 8. 11.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Oisii Japan
지난 6월, 북해도 비에이에 있는 청의 호수(7/8/18) 주차장에 내렸을 때 줄 지어 서 있는 민들레 홀씨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이렇게 밀집해 군락을 이루면서 곧 바람에 퍼져 나갈 준비를 하면서 방긋 웃고 있는 홀씨 무리는 처음 봤다. 주차장 길가에 아무렇게나 피어올라 그 중 몇은 벌써 어디론가 퍼져나갔고, 나머지 홀씨들도 흡사 서로 먼저 날아가려거나 키라도 재려는 양 스탠 바이 중이었다.
호수 풍경이 궁금해 걸음을 옮기려다가 노란 민들레는 지고 없었지만, 물 건너 그리고 여기저기서 자신들을 찾아준 이들에 대한 예의를 갖춰 도열해 있는 것처럼 보여 잠시 눈길을 주었다. 어렸을 때처럼 손으로 툭 치거나 가까이 입을 대고 후~ 하고 불어보려다가 흩어 뿌려지는 시기는 이 친구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사람이 개입하는 건 민들레나 바람에 대한 예의도 아니겠다 싶어 잠시 바라만 보다가 호수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삿포로역 근처에 있는 북해도 구 청사엔 나무들 사이로 작은 연못이 있었는데, 거칠어 보이는 연잎들 사이로 고운 연꽃들이 다소곳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연꽃을 피워내며 물 위에 방긋 모습을 드러낸 연잎들 하나하나는 예뻤지만, 겹겹이 쌓이듯 어수선하게 포개져 있는 연잎들은 다소 수선스러워 보이면서 그다지 눈이 가지 않았다.
우리 땅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민들레와 연꽃도 일본에서 보니 살짝 느낌이 달랐고, 일본 민들레와 일본 연꽃이라 쓰니 뭔가 새로운 걸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둘 다 우리에게서 간 건지, 아니면 우리에게 온 건지 모르겠지만, 예나 거기나 아름답긴 매한가지여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는 이들에게 사소하고 평범하지만 마음에 남는 행복을 느끼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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