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도의 아름다운 간판들
Posted 2018. 7. 27.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Oisii Japan
사람마다 낯선 도시와 친해지는 방법이 있다. 차로 한 바퀴 둘러볼 수도 있고, 그 도시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나 산에 올라가 전체를 조망할 수도 있고, 건물의 높낮이나 달리는 차들을 보면서 도시의 느낌이나 분위기를 짐작해 볼 수도 있고, 로컬 시장에 가서 그 도시의 물산과 사람들을 구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과 더불어 내가 즐겨하는 건 거리를 슬슬 걸어다니면서 간판이나 표지판들을 구경하는 것이다.
삿포로와 오타루를 며칠 걷노라니 이런저런 모양과 크기, 컬러와 재질로 세워놓은 간판들이 눈을 맞춰왔다.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스타일도 있고, 이들 동네에서 처음 보는 스타일도 보였다. 다양한 간판들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일단 폰트를 잘 쓰고 개성이 있으면서도 깔끔한 것들이다. 디자인적 요소를 잘 살린 예쁘고 단아한 간판들에 우선적으로 주목하게 된다.
미국 서부시대를 연상케 하는 올드하고 클래식한 간판들도 선호하는데, 여기엔 아무래도 태생상 한글이나 한자, 일본어보다 영어 알파벳이 잘 어울린다. 단순하면서도 상점의 속성과 특징을 소박하게 드러내는 가게들엔 별 부담이 느껴지지 않아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 보고 싶어진다. 겉보기완 달리 내부까지 나이브하고 엉성한 바람에 살짝 실망하게 하는 곳들도 있지만, 간판 그대로 실용적이고 무난한 상품들로 발견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데들도 적지 않다.
일본에 갈 때마다 길거리 입간판 중에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문 그림과 보스란 그럴듯한 브랜드명으로 눈길을 끄는 캔커피 전문점을 보게 된다. 1992년 출시 이후 이 계통에선 왕중왕이라고 써 놓았는데, 정말 그런지 확인하긴 어렵지만 일단 눈에 확 띄었다. 도쿄 츠키치 시장에서 먹었던 스시 잔마이(7/19/13) 오타루점 간판엔 통통한 참치 뱃살을 도드라지게 새겨 놓았는데, 참치 경매에서 큰 돈을 써서 좋은 참치를 확보하는 이 가게 대표 이야기를 TV에서 본 적이 있다.
오타루에선 재즈 음악을 연주하거나 들려주는 카페 간판들이 눈에 띄었는데, 가게 이름도 재즈스럽게 잘 지었다 싶었다. 이름 그대로 흥이 올라 끝내주게 연주하는 트럼펫과 더블 베이스 주자 캐리커처로 볼 때 그루브가 장난이 아닐 것 같았는데, 안쪽엔 드럼과 피아노 주자 그리고 가수 그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프리랜스 또한 재즈 카페 이름으론 썩 제격이었다.
간판은 하나씩 특징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것도 볼만 하지만, 거리나 빌딩에 한데 모아 놓은 것들 가운데도 단아한 게 많다. 삿포로 다운타운 어느 빌딩에 입점해 있는 샵들 간판에 네온이 들어와 손님들을 부르고 있었다. 가게마다 다양한 폰트로 개성을 자랑하면서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눈에 잘 들어왔다. 이런 건 다양한 영어 폰트를 쓰는 미국이 잘 한다(8/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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