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행궁과 임금님 방 한 칸
Posted 2018. 9. 1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작년에 영화로도 나왔지만, 남한산성은 등산과 산책만 하기엔 품고 있는 역사가 조금 애달프다.
산성 안엔 병자호란 때 인조 임금과 신하들이 한성 궁궐을 비우고 피난와서 겨울을 버틴 작은 행궁이
복원돼 있다. 산성을 오래 전부터 여러 번 다니면서도 별로 들어가고 싶지 얺았는데, 미국에서 온
큰 처형에게 주먹손두부도 대접할 겸 산성 구경을 하고 왔다. 명색이 궁궐인지라 돌계단이 제법
높았는데, 천천히 보면서도 빠르게 둘러볼 수 있는 아담한 공간이었다.
행궁의 중심은 외행전과 내행전인데, 그 중 임금의 침전 격인 내행전 대청마루엔 일월오봉도
(日月五峰圖) - 해와 달과 다섯 봉오리 - 6폭 병풍이 서 있고. 임금이 앉던 나무 의자와 백자들이
놓여 있었다. 화려했을 궁궐과는 달리 규모와 외양은 물론이고 내부도 초라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난리통에 도성을 비우고 피난 나와 임시로 거처하던 시설이라 보잘 것 없었겠지만,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영화에서 보던 것보다) 작고 조촐하고 궁색하고 썰렁해 보였다.
대청마루 좌우엔 방이 하나씩 있는데, 장롱 하나 없이 휑하니 창호문만 달려 있었다. 웬만한
양반들의 안방보다 작아 보이는 게 피난 나와 있긴 해도 왕의 침실이었다니 조금 놀랐다. 기왕
복원할 거면 최소한의 구색이라도 갖춰 놓을 것이지, 조금 심했고 무심해 보였다. 침실이 두 개인
까닭은 임금이 밤에 잘 때 안전을 위해 어느 방에 들었는지 모르게 하기 위해 이쪽 저쪽을 왔다
갔다 했다는 해설사의 설명인데, 왼쪽 방이나 오른쪽 방이나 그게 그거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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