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먹고 자란다
Posted 2018. 11. 1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지난주 미세먼지가 몰려오기 전 날 맑고 쾌청한 가을 하늘이 부르길래 오랜만에 점심
먹고 모락산 사인암에 올랐다가 계원대 후문 방향으로 내려왔다. 등산로 초입에 있는 텃밭은
슬슬 올해 농사를 마무리하면서 한 귀퉁이 밭만 남겨두고 있었는데, 특이해 보이는 경계석
모양이 눈길을 끌었다.
대부분 이런 경계석은 근처에 보이는 돌멩이들을 가져다가 대충 키 맞춰 일렬로 놓기
십상인데, 여기는 무슨 연유에서인지 돌이 아니라 거꾸로 세운 물병을 촘촘이 박아 놓았다.
애써 심은 작물들이 비가 많이 안 와 가문 날씨에 물을 주기 위해 집에서 담아 온 건 쉽게
추측이 됐지만, 그 이상은 짐작도 잘 안 되고 연유를 추측하기가 쉽지 않았다.
대충 세어봐도 얼추 30여 개는 돼 보였는데, 이 많은 걸 한 번에 가져왔을 리는 없고
여러 번에 걸쳐 나눠 가져왔을 테니 한 포기 채소를 키우기 위해(3/3/17) 물병마다 물을
가득 채워 여기까지 나르는 그 수고도 보통이 아니었을 것 같다. 원래의 소임은 밭에 물을
주는 것이었을 텐데, 그 다음 맡은 뜻밖의 소임까지 서로 의지하며 잘 감당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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