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포기 채소를 피우기 위해
Posted 2017. 3. 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달이 바뀌면서 슬슬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추위 기운이 물러간 산 기온은
한결 가벼워졌고, 겨우내 황량했던 나무 가지들도 새 순을 낼 차비를 하려는 듯 아주 조금씩
색이 달라져 보인다. 등산로 초입에 있는 텃밭들도 아직 땅 위에 보이는 건 없지만, 주변엔
이미 그 채비를 하고 있는 흔적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들고온 듯한 물통들이 여럿 놓여 있고, 크고 작은 플라스틱 바께스에 고무장갑이며
물뿌리개, 주전자, 물병, 스티로폴, 비닐봉지 등이 나뒹굴어 있는 걸 보면, 요 며칠 사이에 씨를
심고 물을 준 모양이다. 눈이 많이 내리지 않은 올 겨울엔 가물어서 흙도 많이 건조했을 터라
땅을 일구고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는 게 쉬운 작업이 아니었을 것 같다.
텃밭을 가꾸는 분들은 모르긴 해도 50대는 넘고 60대 아주머니들일 듯 싶은데, 근처 집에서
여기까지 15-20 리터들이 물통 여러 개를 한 번에 들고 오진 못했을 것이다. 혼자서 여러 번 나눠
들고 오거나 손이 비는 식구들의 힘을 빌렸든, 자전거로 오든 걸어왔든, 어쨌든 여러 번 나눠
했을 테니 번거롭기도 하고 제법 힘이 들었을 것이다.
문득 이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아야 한 송이 국화꽃, 아니 한 포기 상추나 깻잎 등 채소가
피어나는 거구나 싶었다. 이들의 수고와 정성 때문에라도 그저 바라만 볼 게 아니라, 등산엔
조금 지장이 되더라도 비가 종종 내리고 기온이 올라가길 기원해 주어야 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