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나무 겨울눈
Posted 2019. 1. 6. 13:51,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연말에 주일예배에 가려고 대광고 언덕을 올라가다가 문득 눈을 들어 목련나무를 봤는데, 하얀
눈꽃들이 가득 피어나 있었다. 본격적인 봄이 오기 전부터 서둘러 가장 먼저 우아한 꽃을 피워내는
나무로만 알았는데, 한 해의 끝자락 한겨울에 벌써부터 슬슬 시동을 거는 나무의 기개가 대단해
보였다. 겨울눈(winter bud)의 존재를 처음 알아보면서 새삼스레 신기한듯 한참을 바라보는
내가 오히려 신기해 보였는지 아내가 발걸음을 재촉하지 않았더라면 예배에 늦었을지 모른다.
조금 과장하자면 마치 별이 쏟아지려는 것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는데 왜 목련 겨울눈의
존재를 여태 알아보지 못했던 걸까? 목련이 피려면 이들의 존재가 선행돼야 하고 필수적이란 걸
미처 인식하지 못했을까? 아마도 추운 겨울 여길 지날 때면 그저 옷깃을 여미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시선은 땅바닥에 둔 채 종종걸음으로 통과하기 바빠서였을 것이다. 그 날 따라 날씨가
포근하고 미세먼지도 걷혀 맑은 하늘을 바라보려다가 우연히 겨울눈도 보게된 것 같다.
목련나무의 반짝거리는 겨울눈은 붓처럼 생겼는데 꽃을 피워낼 꽃눈이고, 그 아래에 잎눈도
자리하고 있다니 신기하다. 은행나무, 산수유나무 등 많은 나무가 겨울눈을 갖고 있다니 앞으로는
아무것도 달리지 않은 겨울나무라고 그냥 스쳐 지나가지 말고 눈여겨 봐야 할 것 같다. 나무에 따라
잎눈과 꽃눈이 따로 있기도 하고 둘이 한데 있는 나무도 있다니 관심 있게 지켜보면 좋은 공부가
될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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