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 밥상
Posted 2019. 1. 3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강아지나 고양이를 애완(사랑하여 가까이 두고 보며 귀여워 함)을
넘어 반려(생각이나 행동을 함께하는 짝이나 동무) 동물로 여기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그런 마음으로, 아니 그 이상으로 주인 없이 길에 돌아다니는 걸 염려해 챙기고 보살피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 겨울방학으로 학생들이 많이 안 다니는 계원대학 교정에도 이들 길냥이들을
위한 밥상이 차려졌다.
그것도 달랑 밥그릇만 놓은 게 아니라, 제대로 지붕까지 갖춘 집 모양을 하고, 쟁반까지 갖춰
깨끗한 그릇에 먹이와 물까지 따로 차린 나름 성찬(푸짐하게 잘 차린 음식)이었다. 누가 이런 대접을
받는 주인공인지는 몰라도, 한 눈에 봐도 차린 이의 정성이 느껴졌다. 학생일지 아니면 교직원일지
알 수는 없지만, 단순한 밥상이 아닌 마음의 밥상이었다.
꽃 피고 따뜻한 봄날에는 커피잔을 든 학생들이 삼삼오오 앉거나 서서 담소를 나누는 데지만,
오가는 사람이 적은 겨울날 자칫 썰렁해 보일 캠퍼스에 온기를 더해주는 풍경이었다. 올겨울은
눈도 안 와서 저런 지붕이나 벽까지 필요해 보이진 않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길냥이들을
염려하고 챙기는 이들에게 이 정도 수고는 아무것도 아니고, 마음 같아선 이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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