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떡 고개
Posted 2019. 1. 3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새해 들어 한 달이 거의 끝나가는 마지막 주에 동네산 검단산을 다녀왔다. 연초에 진작
갔었어야 하고 벌써 한두 번은 올랐어야 하지만, 몇 차례 몸이 들썩거리던 날엔 미세먼지로
허탕치고, 공기가 좋은 날엔 일이 생기거나 추위로 인한 게으름이 발목을 잡아 차일피일
늦어졌다. 애니고에서 올라가는 주등산로는 돌길에 흙을 까는 작업은 마쳤지만 벌목
작업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주위가 조금 어수선했다.
타박타박 쉼터와 곱돌 약수터와 헬기 착륙장을 지나 헐떡 구간에 접어들었다. 정상 바로
앞까지 나무와 돌계단이 15-20분 길게 이어지는 만만치 않은 경사 구간이 계속 이어지지만,
사실 한 시간쯤 걸려 이쯤 오면 거의 온 거나 진배 없다. 등산을 막 시작하던 시절엔 도저히
더 못 가겠어서 되돌아 간 적이 두어 번 있긴 하지만, 그후론 오히려 예까지 온 게
아까워서라도 터벅터벅 걸음을 떼는 이상한 투지가 생겨 내쳐오르곤 했다.
고개 초입의 고른 높이로 길게 나 있는 나무계단길에 비해 돌계단은 들쏙날쑥 제맘대로
놓여 있어 어떤 데는 한 번에 오르기가 쉽지 않고 땀깨나 빼게 만드는데, 겨울 산행의 장점은
멈추면 한기를 느끼게 되므로 어쨌거나 계속 오르게 만든다는 것이다. 동네 산길의 변함 없는
너그러움 가운데 하나는 끝날 것 같지 않은 경사도, 길이 없는 것 같아 보이는 구간도 얼마
지나면 능선이 나오고 길을 만나게 해 주는 것인데, 저 위로 능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능선에 오르면 정상까지 다시 2-3분 돌길을 올라야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이 길은 지나 온
헐떡 고개에 비하면 그야말로 얼마 안 되는 껌길이고, 게다가 바로 저 앞 나무들 사이로 탁 트인
하늘이 반겨주므로 별 힘들이지 않고 올라가게 된다.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올라오길 잘했다는
뿌듯함을 만끽하면서 휘~ 한 바퀴 둘러본 후 다시 돌아 내려오다가 약수터 지나면 나오는
샛길로 접어드니 올랐던 길을 다시 내려오는 지루함을 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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