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으려면 이것부터
Posted 2019. 3. 29. 00:00, Filed under: I'm churching/교회 나들이
오래 전 대학부 시절 수련회 삼시 세끼 식사 시간이 되면 조별로 줄을 서서 그 날 정해진 성경 한두 구절을 다같이 또는 각각 암송해야 밥을 먹을 수 있는 만만찮은 통과의례가 있었다. 보통 때도 성경암송의 중요성을 강조했던지라 대개 익숙하게 알고 있던 구절들로 약간의 노력을 기울이면 그리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었지만, 교회나 수련회에 처음 온 친구들에겐 약간 땀나고 머리에 쥐나게 만드는 고역으로 문화충격이었을 것이다.
믿지 않는 가정에서 자란 내가 처음으로 암송했던 구절은 놀랍게도 히브리서 11:31이었다. 국민학교 - 연식이 나온다^^ - 4학년쯤이었는데, 동네 교회에서 하는 여름성경학교에 어떻게 가게 됐는데, 간식으로 주는 복숭아를 받으려면 기생 라합의 믿음에 관한 구절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암송해야 했다. 뭐 뜻은 하나도 몰라도 그리 어려운 과제는 아니었기에 복숭아를 하나 받아 먹을 수 있었고, 그 구절은 지금도 외우고 있다(교회는 몇 년 뒤에 나가게 된다).
찬송가를 외워 부르듯이 말씀을 안 보고도 떠올릴 수 있고, 줄줄 외우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만큼 충분한 가치가 있어 성도의 훈련 덕목으로 강조돼 왔다. 얼떨결에 외워 둔 이사야나 빌립보서 말씀 한두 구절이 위기나 비상시 큰 힘을 주기도 한다는 걸 경험한 이들도 적지 않다. 이 교회 아이들이 말씀암송아카데미란 그럴듯한 이름 아래 즐거운 식사를 앞두고 무심코 하게 되는 이 힘들어 보이는 훈련이 언젠가 재활용되고, 좋은 추억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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