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은 질 때도 아름답다
Posted 2019. 4. 3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4월 한달 온 세상을 빛내고 수놓았던 봄꽃들이 슬슬 지고 있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은
이제 거의 나무에 달려 있지 않은데, 진달래 정도만 산꼭대기 바위 틈새에서 끝물을 보이고
있을 정도다. 사무실 앞 계원대 캠퍼스도 고왔던 봄꽃들이 뚝뚝 떨어져 지고 있는데, 보라색과
자주색 커다란 꽃잎으로 바라보는 이들을 설레게 하던 자목련은 지는 모습조차 아름다워
나무 아래로 청춘 남녀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꽃이 지는 모습으론 작고 고운 꽃잎으로 꽃비와 꽃길을 연출하는 벚꽃만한 게 없는 줄
알았는데, 자목련도 그 지는 자태가 은근한 구석이 있었다. 얼핏 보면 단아한 벚꽃 흔적들에
비해 다소 지저분해 보이기도 하지만,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잔잔한 벚꽃이 주지 못하던
또 다른 감흥을 선사하는 것 같다.
잔디 위에 뚝뚝 떨어져 누워 있는 보라색과 자주색 그리고 흰색으로 섞인 꽃잎이 나무에
달려 있을 때완 또 다른 아름다운 자태로, 매우 고혹적인 포즈로 눈길을 잡아 당겼다. 이런 건
차라리 처연한 아름다움, 슬픈 아름다움, 깊은 아름다움이라고 불러야 한다. 문득 어쩌면 봄의
절정은 화려하게 피어날 때가 아니라 이렇게 마지막을 장식하는 고고한 자태 또는 품격에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올봄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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