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채식가는 아닌듯
Posted 2019. 5. 1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지난 주말 성수연방에서 열린 마르쉐에 간 건, 채소 구경과 함께 요나 씨가 하는 <재료의 산책>이란 채소 점심을 먹기 위해서였다. 나는 경리단길에서 요나 씨가 만든 음식을 한 번 먹어본 적이 있을 뿐 잘 모르지만, 아내와 g는 요나 씨 인스타를 애독하는 팬인지라 쭐래쭐래 물주로 따라간 셈이다. 12시부터 70인분 배식을 시작한다는데, 11시 반에 도착한 우리는 55-57번으로 턱걸이를 했다.
재료의 산책은 이 날 마르쉐에서 판매하는 채소들로 요나 씨가 만든 채식 밥상인데, 밥과 함께 십여 종의 채소로 만든 음식을 접시에 담아주는 이벤트였다. 순서가 되면 번호표와 함께 인당 1만5천원을 내고 줄을 서서 접시에 담아주는 맛갈져 보이는 음식을 받는데, 번호표를 미처 받지 못한 이들은 혹시나 하며 대기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테이블 끝에서 마지막으로 접시를 건네주는 이가 주인공인데, 배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 코너 앞뒤옆에서 사진을 찍는 이들이 많아 인기를 실감하게 만들었다. 아마도 바로바로 인스타에 올리는 모양이다. 중간중간 다른 가게들도 구경하면서 기다렸는데, 우리 순서가 되면서 아내에게 건네는 장면을 보너스로 찍어봤다.
재료의 산책이란 이름에 걸맞게, 아니 재료의 향연이라 불러도 될 만큼 화사하고 우아한 채소밥 접시를 받았다. 흐트러뜨리며 먹기 아까울 정도였는데, 재료 하나하나가 신선하고 담백한 게 맛이 있었다. 시장을 둘러보느라, 그리고 줄 서서 기다리느라 배가 고팠던 나는 재료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천천히 먹지 못하고, 그만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우를 범했다.
유일한 흠은 채식가가 아닌 남자가 먹기엔 양이 조금 적다는 건데, 배부르게 먹을 정도는 아니어도 조금 넉넉한 양이었으면 흡족했을 텐데 아쉬웠다(재료 수급상 담아주는 대로 먹어야 하고 리필이 안 됐다). 아, 그리고 나는 입안 가득 씹히는 게 없는 메뉴는 성이 안 차는 걸로 봐서 채식가가 되긴 힘들겠다는 걸 살짝 확인했다.
'I'm wandering > 百味百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소한 점심 (0) | 2019.06.16 |
---|---|
Costco Ale 맥주 (0) | 2019.05.13 |
복이여, 쏟아져라 (0) | 2019.05.07 |
한국 상륙한 블루바틀 (0) | 2019.05.05 |
콘타이 공심채 쇠고기 국수 (0) | 2019.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