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라는 것
Posted 2010. 12. 2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송년회 시즌이다. 웬만한 식당이나 레스토랑치고 12월 중하순부터 연말까지는
예약이 넘쳐 장소 구하기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월요일 저녁 서울역 건너편 한정식집
진진바라의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꽤 많은 룸을 갖고 있는 이 식당도 출입구
앞 칠판에 저녁 예약 단체손님이 15개는 족히 돼 보였다.
모임을 마치고 나오려는데, 어느 방 앞에 가지런히 구두들이 놓여 있었다. 얼추
세어봐도 20켤레는 넘어 보였고, 방안에선 말과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이런 거 보면
불과 몇 달 전까지 더블 딥이니 뭐니 하면서 불황 운운하던 사회 분위기도 잘못 측정됐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동문회나 동창회에 일절 나가지 않는 나도 12월 들어 이런저런 몇 번의 송년모임을
가졌다. 관계상 거절할 수 없는 모임도 있고, 오래 못 보던 사람들을 만나 밥 한 번
같이 먹으면서 근황을 나누기도 했다.
다 좋은데, 딱 하나 곤란한 것은 여러 명이 모이는 경우인데 이 웬수들이 도통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것이다. 라이프스타일상 2시간이면 적당하고 끽해야 3시간이면
충분하고. 그 다음엔 슬슬 피곤해지면서 돌아가서 편한 옷 갈아입고 커피 한 잔 내린 다음
TV 드라마 보거나 좋은 음악 틀어놓고 이 책 저 책 뒤적거리다 일찍 자고 싶은데,
웬수들의 체력과 그 놈의 정은 도무지 지칠 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한편으로는 정작 소중한 가족들과의 송년모임마저 소홀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 해 동안 가정을 돌본 아내와의 시간도 따로 낼 필요가 있고, 좋은 음식과 함께
한 해를 돌아보면서 가족들이 서로를 축복하는 시간도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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