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감자탕의 부대찌게
Posted 2010. 12. 2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내가 좋아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는 찌게류이다. 순두부찌게, 김치찌게, 동태찌게,
고추장찌게 등등 찌게 자가 들어가는 음식은 육해공 가리지 않고 대부분 즐겨 먹는다.
부대찌게도 그 중 하나인데, 내가 먹어본 부대찌게 가운데 가장 맛있던 집은 을지로
3가 인쇄골목에 있는 털보식당이다.
영락교회와 명보극장 사이 골목에 있는 이 집은 여전히 성업중이지만, 아쉽게도
내가 좋아하던 메뉴는 몇 해 전에 없어졌다. 부대전골과 부대찌게를 따로 팔았는데,
전골은 요즘 대부분의 부대찌게처럼 냄비에 여러 재료를 넣어 손님상에서 끓여 먹게
하는 스타일인데 반해, 이 집의 찌게는 주방에서 크고 낡은 양은 다라야에 계속
끓이다가 주문 들어오면 한그릇씩 바로 퍼 내는 옛날 스타일이었다.
아무래도 오래 끓이기 때문에 국물은 진국이 되고, 안에 들어간 재료들은 조금
물러지지만 그 맛은 끝내줬다. 값도 쌌지만, 맛도 좋았던 이 메뉴는 식당이 커지고
인테리어를 바꾸면서 음식 값을 올리는 통에 언제부터인가 사라졌다. 인쇄할 일이
생기면 꼭 먹던 메뉴였는데, 그 다음부터는 가끔 찾는 정도가 됐다.
그 후 여기저기 부대찌게 집을 가 봤지만 고만고만하고 딱히 맛있는 집을 찾지
못했는데, 두어 주 전에 아이와 사우나 마치고 들린 전주 감자탕집에서 부대찌게를
시켜봤는데, 뜻밖에 맛이 좋았다.
값은 감자탕과 같은 6천원인데, 들어가는 재료가 특별하진 않았지만 별로 빠진
게 없는 게 이 집의 특징 같았다. 부대찌게의 맛은 육수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재료를
빠뜨리지 않고 고루 넉넉하게 넣어 끓일 때 나오는 것이다.
라면사리를 넣지 않았는데도 둘이 먹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전에 가던 집보다
뼈가 하나 더 있고 우거지를 푸짐하게 주는 재미로 이 집 감자탕을 즐겨 먹던 아이도,
맛을 보더니 감자탕과 부대찌게 중에 무엇을 골라야 할지 고민이 되는 눈치였다.
집 근처에 비싸지 않으면서도 실속 있는 식당들이 생겨 반갑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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