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주냉면을 얕봤다가
Posted 2019. 7. 2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신혼 시절 잠실에 살 때 동네에 냉면집이 하나 있었다. 지금도 있는데 신천역 새마을시장 근처에 있는 해주냉면 본점이다. 걸어서 갈 수 있는데다 싸고 맛있어서 종종 갔는데, 갈 때마다 가족이나 친족으로 보이는 식당 식구들이 커다란 채반을 가운데 놓고 바닥에 둘러앉아 냉면 면발을 뜯고 있던 모습이 기억난다(그만큼 장사가 잘 된다는 말이다). 이 집 냉면은 매운맛과, 간이 잘 된 뜨끈한 육수를 몇 컵 들이마시는 재미, 그리고 싼 가격이 매력적이었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동네 홈플러스 식당가 1층에 간판이 보이길래 가 봤더니 분점이었다. 다찌 형식으로 된 오픈 주방과 자판기 주문은 생소했지만, 물냉면과 비빔냉면 모두 5천5백원 받는 착한 가격은 여전했다. 요즘 물가로는 7, 8천원은 족히 받을 것 같은데, 박리다매를 추구하는 듯한 이 집의 장사 철학이 대단하다 싶었다. 물냉과 비냉을 하나씩 시켰는데, 비냉은 잘 비벼지지 않아 양념장을 한 티스푼 더 넣었는데, 으~ 이게 화근이었다.
반쯤 먹을 때까진 괜칞았는데, 강렬한 매운맛이 입 안과 뱃속을 얼어붙게 만들기 시작했다. 차가운 육수와 뜨거운 육수로도 쉬 달래지지 않는, 위도 놀라게 만드는 얼얼한 매운맛에 몸이 살짝 경직될 정도였다. 그래도 가오가 있지, 남길 순 없어 호흡을 조절한 후 끝까지 먹었는데, 이런 매운맛은 정말 오랜만에 경험했다. 물냉면은 평양냉면 만큼은 아니어도 슴슴한 맛인데, 다시 가면 어떤 걸 시켜야 할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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