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지 않기 위해
Posted 2019. 11. 1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종종 지하철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벽면에 붙어
있는 여러 가지 광고판을 둘러보곤 한다. 그때 그때 핫한 상품이나 영화, 게임 등을 광고하는
화려한 CF들 사이로 잠깐의 여유를 맛보라는 싯구들도 보인다. 그 중엔 종교단체들에서
내건 것도 있는데,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 건 불교와 관련된 것이다.
<풍경소리>라는 이름으로 고승이 한 말이나 불경의 한두 구절을 두서너 줄 발췌해
놓았는데, 볼 때마다 명문이 따로 없어 감탄을 자아낸다. 요즘은 청화 스님이란 분의 "썩지
않기 위해(Not to Rot)"란 법어가 걸려 있는데, 구구절절 무릎을 치게 만든다. 간단 명료한데다
영어로도 번역해 놓아서 이해하기 쉬운데,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게 만드는 아주 세련된
전도법 아니겠나 싶다.
이에 비해 기독교 쪽은 오래 전부터 <사랑의 편지>란 미담이나 동화적인 내용을 걸고
있는데, 일단 내용이 길고 글자도 작아서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다 읽는 이가 있으려나 모르겠다.
그리고 가끔 설교 조로 돼 있기도 한데, 내용을 떠나 제발 님들이나 잘하세요, 란 말 듣기
십상이라 조마조마할 때도 있다. 시혜적이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메시지 대신 좀 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듯 싶다. 이런 것도 불교에서 배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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