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기회비용
Posted 2019. 11. 17. 00:00, Filed under: I'm churching/교회 나들이
대학 1학년 때 들었던 경제학 원론에서 배운 것들은 대부분 잊혀졌지만, 그 중 몇 가지 용어와 개념들은 기억에 남아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다. 문자 그대로 어떤 기회라는 가치를 사기 위해 투입되는 비용인데, 쉽게 말하자면 동일 시간대에서 무엇인가를 얻으려면 다른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하는 것 정도로 널리 이해되는 개념이다.
갑자기 웬 경제학 용어를 떠올렸냐 하면, 요즘 주일에 광화문에 있는 새문안교회를 가게 되면서 오가는 시간과 견주어 보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집 하남에서 광화문을 가려면 버스와 지하철로는 1시간 반이 조금 안 걸리고, 차로 가면 주일 오전 시내교통이 한산한 편인데도 교회 건너편 빌딩 지하주차까지 생각하면 한 시간 정도는 족히 걸린다. 그러니까 집을 나서서부터 예배 드리고 돌아오기까지 3시간 반에서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점심시간 앞뒤로 걸쳐 있는 시간대라 교회 가기 전 오전 시간과 다녀와서 오후 시간대가 짤리게 되니 단순한 서너 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셈이다. 단순하게 말해서 그 시간 그 공간에서 드리는 예배라는 가치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 시간에 할 수 있었을 기회비용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다행히 이 교회 예배는 분위기와 설교 그리고 파이프오르간 연주 등이 소위 본전 생각이 안 나게 만드니^^, 기꺼이 기회비용을 감당할 수 있게 된다.
경건한 예배를 비용 운운하면서 시장 가치 잣대와 동일시할 수야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어떤 교회나 예배는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교회를 가거나 산에 갔더라면 좀 더 좋았거나 만족스러울 수도 있었겠다를 궁시렁거리게 만든다. 등록하거나 출석하는 교회를 확정하지 않고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는 노마드 교인 또는 순회 교인 신분이 되면서 평소 안 해보던 생각을 하게 되니, 이거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는데, 아니 은근히 괜찮다.^^
'I'm churching > 교회 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회 찾아 다니는 즐거움과 어려움 (2) | 2019.12.15 |
---|---|
하루에 세 교회 가기 (0) | 2019.12.08 |
예배 가이드 (0) | 2019.11.03 |
엄근진 교회 (0) | 2019.10.27 |
오랜만에 새문안교회 (0) | 2019.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