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부러울 것 없어라
Posted 2020. 3. 2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산 좋고 물 좋은 산길엔 쉬기 딱 좋은 명당 자리가 많다. 산을 찾는 이들 대부분이 알거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잘 알려진 데도 있지만, 남들은 잘 모르는, 혼자만 아는 근사한 자리도 군데군데 숨어 있다. 그 중 하나는 등산의 피로를 풀 겸 편안하게 누워 쉴 수 있는 한적하고 아늑한 곳인데, 커다란 나무 아래나 넓적한 바위 위와 산 아래 풍경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호젓한 쉼터 같은 자리다. 수락산 정상 근처에서 하고 싶은 일 (4/30/10)
지난 주말 검단산에 오르는데, 팔당 한강변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너덜구간 한 켠에 배낭이며 등산화 등 들고 온 장비 일체를 훌훌 내려놓은 채 자리 깔고 다리 뻗고 누워 자는 이가 보였다. 봄이 오는 따뜻한 날씨여서 노곤했던 모양인데, 일단 요즘 같이 어수선한 때 이리 편하고 여유 있게 누워 쉬는 모습이라니, 그저 좋아 보였다. 아찔해 보이는 자리도 아니고, 다른 등산객들에게 방해가 되는 자리도 아닌 데서 세상 편한 자세로 단잠에 취해 있었다.
이런 데서 다리 쭉 뻗고 누워 쉬는 호사를 누리려면 일단 부지런히 정상까지 갔다 와서 적당히 피곤해야 한다. 너무 쌩쌩하면 바로 내려가지 굳이 이렇게 쉬었다 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 싸 온 점심을 먹거나 몰래 가져 온 막걸리 한 잔(한 병?) 걸치는 것도 이런 기분을 내게 만드는데 좋다. 적당한 피로감과 살짝 도는 취기를 달랜다는 명분과 실리를 주기 때문이다. 아울러 성격도 급할 것 없이 좀 느긋해야 이리 쉬어갈 수 있다.
이런 모습을 보는 건 좋아하지만, 나는 산에 다니면서 이런 호사를 별로 누리진 못했다. 하루 종일 느긋하게 등산하기보다는 반나절 갔다 와서 집에서 쉬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가끔 배낭에 책 한 권, 과일 한 통, 커피 한 텀블러 갖고 가서 이런 자리에서 잠시 앉아 쉬면서 폼 잡고 읽으려 한 적도 있지만, 생각보다 산중독서가 잘 안 될 때가 많았다. 일단 갔다 와서 집에서 하는 게 속이 편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집돌이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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