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지지대
Posted 2020. 4. 2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수지 광교산 자락에 조성된 선배네 새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둘러보는데, 조경을 위해 옮겨다 심은 나무들이 든든하게 자리 잡도록 아랫쪽엔 삼발이로, 윗쪽엔 어깨동무로 지지대를 세우고 묶어 놓은 데가 많았다. 처음부터 작은 묘목으로 시작하면 이럴 필요가 없지만, 아무래도 큰 나무들이 어울리는 야외인지라 다른 데서 잘 자란 적당한 크기의 나무를 옮겨 심고, 뿌리를 견고하게 내릴 때까지 쓰러지지 않도록 보호 조치를 한 것이다.
아파트 조경을 위해 아랫쪽을 가지치기해서인지 나무들은 더욱 홀쭉해 보였는데, 정말 바람이라도 세게 불어 흔들려 쓰러지면 큰일이겠다 싶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지지대도 대충 아무렇게나 세우지 않고, 나름 보기 좋게 설계해 놓았다. 조경 전문가가 길이와 높이를 재고, 어울리는 목재를 균형 있게 작업해서 나무 못지 않게 시선을 끌고 있었다.
나무들이 자리를 잘 잡고 성장하면 언젠가 이런 지지대는 필요없어져 제거될 것이다. 또 조경에서 중요한 건 나무들이지 지지대가 더 시선을 끄는 건 넌센스이기에 적당한 시점이 되면 묶어 놓았던 끈을 풀어 스스로 자립하게 할 것이다. 내 삶도 어느새 나무에서 지지대 역할로 돌입하고 있다. 주야장천 아름드리 나무로 사시사철을 살 수도 있겠지만, 슬슬 작은 지지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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