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스피커
Posted 2011. 1. 22. 00:16,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아주 오랜만에 양화진을 찾았다. 많이 달라져 있었다. 많이 단장돼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양화진 문화원에서 일하는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는 날이기도
하고, 날씨가 추워 바깥 풍경을 담진 못했다.
문화원 2층과 3층은 아주 잘 지어진 아담한 크기의 이국풍 교회였는데,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복도끝에
한복 입은 예수께서 아이들을 안아주는 정겨운 유리창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친구의 사무실 한쪽은 오디오 장비들로 가득했다. 지금은 사라져 가는 방송용
릴 테이프 녹음기도 있는데, CD를 녹음해 아날로그 음으로 듣는 데 쓰인다고 한다.
오랜만의 만남이라 오후 3시부터 다섯 시간 가까이 밀린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
식사를 하고 와서 헤어지기 전에 가요를 한 곡 들었다.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를 세 종류의 스피커로 차례대로 들어봤다. 오른쪽
키 큰 애는 영국산 Spender, 납짝한 애는 EV, 아래쪽은 내가 태어난 해에 만들어진
AR이다. 음악에 따라 어떤 건 바이올린 소리를 잘 내고, 첼로 소리에 어울리고
하는 식이란다.
보컬, 그러니까 노래 듣는 데는 AR이 좋다길래, 속으로 무어 그리 차이가
있을까 했는데, 아니었다. 그냥 들어도 좋은 곡이지만, 1959년산 AR 스피커로
듣는 이은미는 정말 좋았다. 목소리를 어떻게 그렇게 잘 들려주는지, 완전히
반했다. 몰입하게 만들었다.
차이를 느껴보려 EV와 Spender로도 들어봤는데, 확연한 차이가 느껴졌다.
기기마다 사운드와 음색에 차이가 뚜렷했다. 다른 것도 나쁘지 않았지만, AR이 내는
사운드가 너무 좋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듣자고 청한 후에야 헤어질 수 있었다.
셋 다 요즘 나오는 하이엔드급이 아닌 빈티지들이라는데, 앰프와 스피커, 연결
케이블에 따라 소리가 그렇게 다르게 나오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친구가 있고,
양화진의 역사와 풍경도 있고, 합정동 골목길과 아기자기한 샵들, 거기다가
빈티지 스피커들까지 마치 큰 자석이 못을 끌어당기는 듯한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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