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body에서 Nobody로
Posted 2011. 2. 14. 11:4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지난 가을 이후 교회를 나와 몇 교회를 동가숙 서가식(東家宿西家食) 하듯 다니면서 든
생각 셋. (사진은 2008년 9월 마닐라 산티아고 요새를 거닐다가 어느 연못에서)
생각 셋. (사진은 2008년 9월 마닐라 산티아고 요새를 거닐다가 어느 연못에서)
1. 해방감
일단 골머리를 앓던 교회를 나오니 해방감이 충만했다. 뭐, 그 전에도 아주 충실한 건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매인 몸이었다가, 고삐를 풀고 나오니 새롭게 누리게 된 자유와 해방감이
쏠쏠했다. 청년 때 다니던 모교회를 떠날 때도 잠깐 느낀 적이 있었지만, 이번엔 그 정감이
더 크고 깊게 다가온다. 정서적으로도 그러하지만 물리적, 공간적, 관계적 그물망을 일단
벗어난 데서 느끼는 자유와 해방감은 이번 거사(擧事) 감행의 제일소득으로 여겨진다.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매인 몸이었다가, 고삐를 풀고 나오니 새롭게 누리게 된 자유와 해방감이
쏠쏠했다. 청년 때 다니던 모교회를 떠날 때도 잠깐 느낀 적이 있었지만, 이번엔 그 정감이
더 크고 깊게 다가온다. 정서적으로도 그러하지만 물리적, 공간적, 관계적 그물망을 일단
벗어난 데서 느끼는 자유와 해방감은 이번 거사(擧事) 감행의 제일소득으로 여겨진다.
2. 존재감
한 교회를 다니다가 주일마다 이 교회 저 교회 떠돌듯 하다 보니 아무래도 존재감이
없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다니던 교회에선 그래도 이 일 저 일 하면서 약간의
썸바디(somebody)였는데, 이젠 알아보는 이 없는 노바디(nobody)가 된 것이다.
없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다니던 교회에선 그래도 이 일 저 일 하면서 약간의
썸바디(somebody)였는데, 이젠 알아보는 이 없는 노바디(nobody)가 된 것이다.
좋든 나쁘든 기득권도 없고, 끼리끼리 의식도 없으니 한편으론 좋아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지금 이 나이에 풍찬노숙(風餐露宿)이 웬 말이냐, 하는 생각이 솔직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러다가 완전히 잊힌 존재가 될지 모른다는 일말의 불안감이 슬금슬금 의식을
맴도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으론 지금 이 나이에 풍찬노숙(風餐露宿)이 웬 말이냐, 하는 생각이 솔직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러다가 완전히 잊힌 존재가 될지 모른다는 일말의 불안감이 슬금슬금 의식을
맴도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원래 어느 조직이나 공동체 안에서건 깃발 들고 치고 나가기보다는 관망하며
여유를 부리는 스타일이었기에 somebody에서 nobody가 되어 가는 생활도 그리 곤궁하진
않고 은근히 즐기게 되었다.
여유를 부리는 스타일이었기에 somebody에서 nobody가 되어 가는 생활도 그리 곤궁하진
않고 은근히 즐기게 되었다.
3. 발견감
세상은 넓고 좋은 교회, 좋은 목사도 많다는 걸 새삼 느끼는 시간이 됐다. 교회는 원래
자기교회 패러다임이 강하고, 스스로 또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 패러다임의 지배를 받지만,
사실 그 울타리를 박차고 나와 조금 다녀보면, 아니, 굳이 나오진 않더라도 이리저리
알아보면 우리 교회가 최고나 전부가 아니라는 걸 금세 쉽게 알 수 있다.
세상은 넓고 좋은 교회, 좋은 목사도 많다는 걸 새삼 느끼는 시간이 됐다. 교회는 원래
자기교회 패러다임이 강하고, 스스로 또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 패러다임의 지배를 받지만,
사실 그 울타리를 박차고 나와 조금 다녀보면, 아니, 굳이 나오진 않더라도 이리저리
알아보면 우리 교회가 최고나 전부가 아니라는 걸 금세 쉽게 알 수 있다.
워낙 형편없는 일을 많이 하면서 있는 욕 없는 욕 먹는 교회들이 많이 생겼지만, 다녀보면
뜻밖에도 꽤 괜찮고 매력적인 교회들이 아직 남아 있는 걸 볼 수 있다. 노력을 안 하고, 연구를
안 해서 그렇지, 정말 마음 열고 다니고 싶은 교회들이 군데군데 숨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조금 엉뚱한 생각이지만, 기회가 있을 때 또는 기회를 만들어서(가령 주일이 다섯 주가
되는 달의 마지막 주. 일년에 서너 번은 있다^^) 다른 교회를 가 본다면, 모르긴 해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초보들이나 웬수들 - 특히 새가슴 목회자들 - 은 이러면 다들 교회를 떠나거나
옮길 거라는 근거없는 바이러스를 퍼뜨리며 막무가내로 막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되는 달의 마지막 주. 일년에 서너 번은 있다^^) 다른 교회를 가 본다면, 모르긴 해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초보들이나 웬수들 - 특히 새가슴 목회자들 - 은 이러면 다들 교회를 떠나거나
옮길 거라는 근거없는 바이러스를 퍼뜨리며 막무가내로 막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구태의연과 매너리즘을 미리 극복할 수 있는 백신을 맞는 거라고 생각하며, 나중에 더 큰
문제와 어려움에 봉착할 때 넉넉하게 감당할 수 있는 항체를 형성시키는 거라며, 그럴 수 있는
자유와 용기를 축하해 줄 순 없는 걸까.
문제와 어려움에 봉착할 때 넉넉하게 감당할 수 있는 항체를 형성시키는 거라며, 그럴 수 있는
자유와 용기를 축하해 줄 순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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