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틀 무렵 산행
Posted 2020. 4. 2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요즘은 새벽 5시 반이 조금 지나면 해가 떠서 5시만 돼도 어둑어둑한 기운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창밖으로 여명이 밝아온다. 작년부터 30년 넘게 6시 알람에 맞춰 일어나던 루틴이
께지고 그 전에도 눈이 떠지기 시작했는데, 팟캐스트를 듣다 다시 잠들곤 했다(비몽사몽 간에
듣다가 거의 몇 분 내로 자게 만드는 훌륭한 수면제다^^). 주일 새벽 5시에 잠이 깼는데,
4월이 가기 전에 새벽 산행을 하고 싶어 헤드 램프와 물 한 병 배낭에 넣고 집을 나섰다.
5시 15분에 현관을 나섰는데, 어둡긴 해도 헤드 램프가 필요할 정도는 아니었다. 산곡천
앞에 이르자 검단산의 산세가 뚜렷이 보였는데, 아직 등산객들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하긴 이런 첫새벽엔 나같은 동네 사람 아니고선 올 수 없었을 것이다. 쉼터를 지나 곱돌약수터에
이르니 한 시간 정도 흘렀고, 30분 안 걸려 정상에 오르면 일출 시간이 막 지나 있을 것
같았다. 딱히 일출을 보러 가는 것도 아니어서 여느 때처럼 타박타박 오르기 시작했다.
정상에 오르니 부지런한 등산객 너댓이 보였는데, 처음 반겨 주는 건, 서리 앉은 벤치였다.
이 또한 아침에 오르는 이들은 볼 수 없는 풍경이니, 소중해 보여 손으로 살짝 쓸어주었다. 봄날
서리는 두텁지도 차갑지도 않고 부드러웠다. 양평 방면 전망대 너머는 물안개가 피어올라 채색하지
않은 수묵 산수화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천 미터대 산들이었다면 운해도 보였을지 모르지만,
두물머리 너머 산들은 부드러운 산세를 흐릿하게 이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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