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밀국수는 부어먹어야 한다
Posted 2020. 6. 1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며칠 30도가 넘는 더위가 찾아왔더랬다. g네 집에 여름 이불과 몇 가지 갖다 주려는데, 차에 있는 온도계는 출발할 때부터 32도를 찍더니 35도까지 올랐다. 6월이 아니라 7월인 줄 착각할 정도였다. 이런 날은 무조건 국수나 냉면을 먹어야 하는데, 마포에 왔으니 합정동에 있는 국수집 생각이 났다. 국수 잘하는 집 두 집이 붙어 있는데, 마침 마포즉석모밀촌에 차를 댈 수 있었다.
모밀소바와 물막국수(각 7천원)를 시키고 사리는 많이 달랬더니(추가로 더 받진 않는다), 둘 다 대접에 거의 다른집의 두 배쯤 어마무시하게 가득 담아 내 왔다. 이 엄청난 양을 저 작은 쯔유에 찍어먹자니, 도무지 감질나서 안 될 것 같아서 아예 부어먹었다. 탕수육만 찍먹파와 부먹파가 있는 게 아니잖은가. 아예 처음부터 부어나오는 냉모밀까지는 아니어도, 모밀국수를 꼭 찍어먹어야 한다는 법은 없는 법이다.
제맛이 안 나면 어떡하지, 찰나의 근심이 무색할 정도로 부어먹는 모밀소바 맛은 근사했다. 쯔유 안에 있던 얼음덩이 하나가 그릇을 비울 때까지 냉기를 유지시켜 준 것도 고맙고, 후루루룩 흡입을 계속해도 줄어들지 않는 양은 가히 땡큐였다. 아내가 시킨 물막국수까지 두어 번 거들었는데, 옆 테이블 아저씨들도 흠칫 놀라는 표정이었다. 에이, 뭘! 모밀소바는 가끔 이렇게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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