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
Posted 2020. 6. 2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10-20년 된 아파트 단지들은 큰 나무들이 많은데, 간간이 과실수들도 보여 열매가 달려 있거나 떨어져 뒹구는 것을 보게 된다. 우리집 옆 동엔 4-5층 높이에 달하는 호두나무가 있는데, 약을 쳤는지 호두가 달려 있는 걸 아직 못 봤다. 처가집이 있던 일산 아파트엔 감나무가 있었는데, 가을이면 경비 아저씨들이 감을 따서 주민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기도 했다. 며칠 전 산책길엔 옆 단지를 지나는데, 땅에 수북하게 떨어져 있는 살구가 보였다.
매실 정도만한 게 흙에 수두룩하게 떨어져 있었는데, 누군가 나무를 흔들어대서 떨어뜨린 건 아니고, 결실해 가지에 맺혀 있다가 때가 돼서 하나 둘씩 떨어진 것 같았다. 일일이 살펴보진 않았지만 꽤 실해 보이는 것들이 많은데도 별로 줏어간 흔적이 안 보이니 먹기엔 좀 그런 모양이다. 우리처럼 가끔 지나가는 이들은 몰라도, 여기 주민들은 살구나무의 존재를 알 터인데, 이리 남아 뒹구는 걸 보면 딱히 관심을 두는 것 같진 않아 보였다.
그러고보니 살구 먹은 지도 제법 된 것 같다. 어렸을 땐 자두나 복숭아 만큼은 아니어도 여름철 과일로 흔했는데, 커서는 그저 살구잼으로 가끔 맛만 본 것 같다. 마트나 시장에서 안 파는 건 아니지만, 오렌지나 자몽 같은 수입과일부터 손이 가는 입맛이 됐다. 먹지는 않아도 거실 테이블에 두고 구경이라도 할 셈으로 실한 걸로 몇 개 주어올까도 생각 안 한 건 아니지만, 굳이 먹을 것도 아니고, 애정 있게 지켜볼 것도 아닌 걸 알았기에 그냥 가던 산책 걸음을 계속했다.
'I'm wandering > 동네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숲속 회의장 (0) | 2020.07.18 |
---|---|
출입금지 (0) | 2020.07.07 |
텃밭농사의 비결 (0) | 2020.06.23 |
메타세콰이어 산책로 (0) | 2020.06.22 |
찔레꽃 (0) | 2020.0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