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회의장
Posted 2020. 7. 1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우리동네 약수터가 있는 덕풍골 주변은 나지막한 산 위로 위례둘레길이란 자연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산길과 강변길을 중심으로 길게 연결돼 있어 한강과 남한산성까지도 이어지는데, 한 시간 정도 동네 한 바퀴 도는 기분도, 서너 시간 정도 가벼운 등산과 함께 운동하는 기분도 맛볼 수 있는 훌륭한 코스다. 중간중간 쉬어 가도록 벤치도 있는데, 그 중에 길가 숲에 통나무를 반으로 갈라 만든 의자들이 둥그렇게 놓인 데가 있다.
이 벤치가 다른 데보다 조금 특이해 보인 건, 보통은 여러 개를 놓을 때 조금 간격을 띄어 일 자로 놓는데 비해 마치 무슨 회의장이라도 되는 양 둥그렇게 배치했다는 점이다. 마침 지형이 나무들 사이로 빈 공간이 있는데다, 다른 데처럼 일 자로 놓거나 마주보게 놓기엔 약간 애매해 과감하게 빙 둘러 놓은 것 같았다. 물론 이런 데서 회의하는 팀은 없겠지만, 일단 하기 시작하면 멋진 의견이 속출하고, 설사 난상토론이 이어진다 하더라도 끝내 조율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숲속 회의장 근처에는 또 다른 둥그렇게 놓인 의자들이 있는데, 이번엔 중간에 솟아 있는 바위를 둘러싼 독특한 형태다. 이 또한 다른 데선 거의 보기 어려운 디자인인데, 누가 이런 멋진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원시인들처럼 바위를 숭배하는 토템신앙은 아닐 테고^^, 바위를 등지고 앉아 바위의 기운을 받도록 하려는 애니미즘 같은 배려는 아닌지 모르겠다. 하여튼 이 길에선 이 비스므리한 모습들을 여러 번 볼 수 있어 걷는 게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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