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U Turn
Posted 2020. 7. 2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우리동네 한강변 산책로는 보행자길과 자전거길이 따로 있는데, 일부 구간은 둘이 겹쳐 있다. 팔당대교 앞 산곡천에서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만나는 건데, 왕왕 라이더들이 계속 이어지는 줄 알고 산책로로 접어드는 경우가 있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누군가가 길 위에 흰색 페인트로 유턴 표시를 해 놓았는데, 글자나 화살표 표시가 유연해 보기 좋다. 더군다나 유턴 화살표는 이중으로 그려 놓아서 좀 더 확실하게 보이게 해 놓았다.
처음엔 누가 이렇게 길 위에 함부로(?) 그림을 그려 놓았나 했는데, 라이더들에겐 멀리 갔다가 돌아오는 헛수고를 방지하는 요긴한 정보가 아닐 수 없고, 산보객들에겐 부딪힐 염려를 줄여 안전을 담보해 주는 누군가의 친절로 읽혀졌다. 아마도 이 길에 접어들어 헛수고를 한 라이더가 휴대용 페인트로 솜씨를 낸 게 아닌가 싶은데, 실수하지 않고 단번에 잘 쓰고 잘 그렸다. 보면 볼수록 정감도 있고, 인간미도 있고, 유려한 맛이 느껴진다.
이정표나 도로 표시라는 게 대부분 인쇄체로 돼 있거나 스탠드형이 많은데, 가끔 이렇게 공들인 손글씨 필이 나는 걸 보면 갑자기 무장해제 당하는 느낌이 들어 한 번 더 보게 만든다. 얼마나 많은 라이더들이 이 표시로 도움을 받았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요긴해 보인다.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산길에서도 "길 없음" 같은 손글씨의 도움을 받을 때가 있는데, 한참 힘들 때 만나는 이정표 옆에 힘든 등산을 격려하는 힘내세요(12/15/13) 문구도 씩 웃음을 짓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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