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룬밥
Posted 2020. 8. 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정말 간만에 누룬밥(표준어는 눌은밥인데, 누룽지로 만든 밥이어서 어감을 살려 썼다)으로 점심을 먹었다. 요즘은 어렸을 때처럼 가마솥도 아니고, 밥솥이 좋게 나와 밥이 눌지는 않아 솥에서 긁어낸 누룽지로 한 것은 아니고(일부러 누룽지를 만들기도 한다지만), 마트에서 파는 누룽지를 꿇여낸 것이다. 아내는 종종 이렇게 먹으면서, 누룬밥은 왠지 한 끼 식사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내겐 가끔 맛보겐 해도 권하진 않았는데, 이젠 이런 게 좋은 나이가 된 것이다.^^
뜨거운 것 빼곤 부담 없고 자극이 없어 술술 넘어가면서 건강식이란 느낌이 들었는데, 살짝 씹히는 맛도 괜찮았다. 심심한 누룬밥엔 오이지나 조개젓, 오징어젓갈 같이 짭쪼름한 게 조금 있으면 다른 반찬은 필요 없는데, 젓갈 대신 총각김치와 콩자반 그리고 떡갈비가 나와 누룬밥은 주연에서 조연으로 밀렸다.^^ 누룬밥은 대개 많이 푸지 않더라도 공기에 담지 않고 대접에 담는데, 많이 먹기도 부담스럽지만, 일종의 국에 만 밥 같은 느낌 때문일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결혼하고서는 물론이고 어렸을 때도 누룬밥이나 식은 밥을 먹었던 기억은 별로 없고(식구 중 누군가의 몫이었을 수 있다), 늘 따스한 밥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점심 한 끼로 국수나 냉면만은 못해도 라면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고, 국이나 찌개를 필요로 하는 밥보다 간편해 이제 매주 한 끼는 이리 먹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아내가 좋아할 것 같다. 마트 누룽지 가운데 어떤 게 괜찮은지 두루 살펴도 보고, 한두 번 물 넣고 끓여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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