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먹고 싶을 때
Posted 2020. 9. 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식당에 가서 쉽사리 메뉴를 고르지 못한다. 심각한 결정장애가 있어서가 아니라, 두세 가지, 이것저것 다 먹고 싶기 때문이다. 회사식당 같은 델 가도, 단일 메뉴면 오히려 쉬운데, 한식. 중식, 양식 등 줄을 골라 서야 하거나, 앉아서 주문할 때도 가득 적힌 메뉴판이나 벽면에 잔뜩 써 붙인 메뉴들 가운데 눈에 들어오는 게 여럿인 경우, 고민이 되고 대략 난감인 경우가 많다. 고민 끝에 고른 게 차선인 줄 알았는데, 차악으로 판명되면 몹시 서운해진다.
그 정도까진 아니어도, 집에서도 끼니를 떼우는 메뉴 결정이 잘 안 될 때가 가끔 생긴다. 그나마 있는 재료로 해 먹어야 하니까 식당보다 범위가 좁고,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편이라 다행이다. 주초에 점심을 먹으려는데 밥솥에 밥이 1인분 밖에 안 남아 잠시 고민하던 아내는 계란 새우 볶음밥을 만들고, 그 옆에서 난 짜왕 한 봉지를 끓였다. 냉동실에 있던 우동 사리 반 개를 더 넣어 끓인 다음 정확하게 반씩 나누어 접시에 담아 먹었다.
이렇게 한 끼에 두 메뉴를 먹는 날은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입도 즐겁다. 게다가 무려 볶음밥과 짜장면이라니, 이 정도면 점심 메뉴로는 부러울 게 없는 조합이다. 라면에 밥 말아 먹는 건 저리 가라고, 면만 두 종류인 짬짜면보다도 한 수 위다. 계란 국물 정도가 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뭐 까짓 거 없어도 그만이다. 예전엔 국보라 불리면서 국물이 없으면 먹는 것 같지 않았지만, 요즘은 계란국 정도는 쉽게 끓이고, 국물 없이도 대략 만족할 수 있게 돼 아내가 한 짐 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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