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 하늘과 서쪽 구름
Posted 2020. 9. 2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가끔 여기저기서 '역대급'이란 말을 쓰는데, 올해 하늘 풍경도 가히 역대급인 것 같다는 데 기꺼이 한 표를 던질 수 있겠다. 워낙 큰 표현인지라 얼마든지 틀릴 가능성이 있지만, 그래도 워낙 요 근래 볼 수 없던 멋진 하늘 풍경으로 볼 때 느낌상 어느 정도는 맞아 보이고, 심정상 고개가 끄덕여진다. 엊그제도 오후 너댓시쯤 거실에 있다가 식탁 앞에 난 창으로 동쪽 하늘을 보는데, 맑고 깨끗한 초가을 하늘을 흐르는 뭉게구름들이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잠시 후, 거의 인터벌 없이 뒤돌아서 거실 창으로 걸어가면서 서쪽 하늘을 보는데, 동과 서가 다른 것처럼 풍경이 확 달라 보였다. 그저 우리집을 사이에 두고 이쪽 저쪽일 뿐인데, 하늘 풍경이 확연히 달라 보였다.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은 여름철 먹구름은 아니었지만, 커다란 회색 구름이 하늘을 덮다 보니 동쪽 하늘에서 보이던 쾌청함은 어디론가 사라져 있고, 분위기가 급변해 있었다. 같은 하늘이지만, 왠지 동쪽은 하늘로, 서쪽은 구름이라 불러주어야만 할 것 같은 형국이었다.
같은 시간, 집이 아니라 동쪽과 서쪽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탁 트인 강변이나 산 위에 있었더라면 느낌이 어땠을까. 동에서 서로, 혹은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구름이 만들어 내는 서로 달라 보이는 풍경이 만나는 지점도 보였을지 모르겠다. 어쨌든 같은 시간대, 같은 하늘인데, 이렇게 서로 달라 보이는 게 신기했다. 기후 위기 시대에도 자연은 이름 그대로 늘 그대로 자신을 보여줄 뿐인데, 어쩌면 괜히 그 순간 내 마음이 움직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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