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칠한 가을 하늘
Posted 2020. 10. 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청명한 가을 하늘이 계속되고 있다. 요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부터 뭉게구름 두둥실한 날, 그리고 비늘 같은 구름이 층을 이루거나 겹겹이 쌓이면서 하늘을 수 놓기도 하면서 잠시라도 눈을 떼었다간 좋은 풍경을 놓칠 수도 있겠단 조바심마저 들게 만든다. 요 몇 년 이런 날들이 계속돼 왔지만, 올해는 유난히 볼만한 하늘이 많아졌다. 지난 여름의 이상기후 탓이기도 하겠고, 코로나19로 외출이 줄고 자동차 운행 등이 감소해 좋아진 공기 덕을 톡톡이 보는 것 같다.
위는 그저께 아침 하늘이고, 아래는 오늘 새벽 산책길 풍경인데, 둘 다 붓칠한 것 같아 보이는 구름이 노는 풍경이 좋았다. 붓칠한 것과 붓 터치는 비슷하면서 조금 뉘앙스가 다른데, 그 날 그 순간엔 붓칠한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부엌 베란다에서는 이런 풍경이지만, 같은 시간대 눈을 옆으로 조금 돌리니 커다란 뭉게구름이 떠 있었다. 그러니까 예봉산 쪽과 검단산 쪽 구름이 달랐다는 말이다. 당연히 이 두 방향 외의 다른 쪽 하늘들은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늘 풍경이 좋은 날들은 저녁 노을까지 볼만 한데(꼭 연관된다는 말은 아니다), 6시 조금 지나면 거실에 있던 식구 중 누군가는 나머지 식구들을 불러 모으곤 한다. 저기 해 지는 풍경을 보라는 건데, 십중팔구 저녁 노을이 그윽한 풍경을 5분에서 10분 남짓 짧게 보여주다가 해가 완전히 넘어가면 언제 그랬느냐는듯이 금세 어두워지곤 한다. 오죽하면 생전 이런 풍경에 관심없어 하던 막내도 엄마빠를 부를 정도니, 가을 하늘이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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