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의 식탁
Posted 2020. 10. 2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거실 창문 앞 흰색 미니벤치 위에 흰 사발 두 개가 단정히 놓여 있었다. 화초 많은 이 집에서 작은 화초들에 물 줄 때 쓰는 용도려나 했는데, 임자가 따로 있었다. 4인 가구 이 집의 다섯 번째 식구 코코의 밥상이었다. 이런 정갈한 식탁이면 꽤나 대접 받는 것 같은데, 왼쪽은 갈증을 달래 주는 물그릇, 오른쪽은 식사 주메뉴 사료를 덜어 주는 밥그릇이다.
사람이 아니니까 굳이 벤치에 앉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식기를 바닥에 놓지 않은 걸 보면 식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면서 꽤나 대접 받는 녀석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식사 당번은 따로 없고, 녀석이 시장하거나 갈증을 느낄 때면 누구든지 척척 준비해 놓으면, 눈치 코치 9단이 잽싸게 와서 먹고 마신 다음 다시 쏜살같이 토끼는 것 같았다. 식구도 아니고, 동물 애호가도 아닌 나를 귀신같이 알아차려 몇 번 그르렁거리더니만, 세 번째 조우에서야 겨우 잠잠해지는 것 같았다.
코코 얘기를 하다 보니, 내가 아는 코코는 셋이다. 이 식탁의 주인공 청주 처제네 강아지 푸들과, 몇 년 전 극장에서 본 픽사 애니메이션 주인공 멕시코 소년 뮤지션 코코(Remember me라는 주제가 선율이 흐르고, 망자의 날이라는 독특한 사후 세계관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없어졌지만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한동안 잘 가던 패밀리 레스토랑 코코스도 있다. 대체로 좋은 인상으로 남아 있는 이름이다. 내가 만약 여자였다면, 코코 샤넬부터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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