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의 줄다리기
Posted 2020. 10. 2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강변 산책로로 진입하는 산곡천변 벚나무 터널에 심긴 벚나무들이 열심히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봄이면 화려한 벚꽃 터널을 이루면서 산보객들과 상춘객들 그리고 찍사객들을 불러모으는 자리다. 한쪽은 평평한 데 심겼지만, 다른 한쪽은 천변으로 기울어진 데 심겨 올여름처럼 태풍이 불고 비가 많이 오면 뿌리쪽 흙들이 쓸려 나가거나 나무가 쓰러질 위험이 있는지 두어 달 전부터 양쪽 가지를 묶어 서로 잡아당기는 게 영락없는 줄다리기 모양새다.
두꺼운 노끈으로 서로를 묶는 것만으로는 부족한지 천변 벚나무들엔 삼각 지지대를 세워 단단히 받쳐 주고 있었다. 이런 지지대는 아파트 단지나 공원 같은 데에 어린 나무를 심거나 다른 데서 옮겨 온 나무들이 자리를 잡기까지 세워 두곤 하는 건데, 다 자란 나무들에 해 놓은 건 처음 봤다. 그러고 보니 올여름 태풍이 불러 온 바람은 대단했는데, 그 바람을 견디고 나서야 뒤늦게 보호 장치를 해 놓은 거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
'I'm wandering >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뤄두었던 일 (0) | 2020.10.26 |
---|---|
미국 대선후보 2차토론회 (0) | 2020.10.24 |
코코의 식탁 (0) | 2020.10.22 |
어떤 신기록 (0) | 2020.10.11 |
붓칠한 가을 하늘 (0) | 2020.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