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사삭~ 산길 낙엽 밟는 소리
Posted 2020. 11. 1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이맘때 산성 올라가는 길에선 수북하게 쌓인 낙엽 밟는 바사삭 소리 듣는 재미가 있다. 하남과 광주 경계를 이루는 은고개 안쪽으로 들어가면 남한산성 벌봉 올라가는 엄미리 등산로가 나온다. 드문드문 몇 집 안 되는 농가들이 닦아 놓은 1km 남짓한 완만한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조선 초기 이방석(첫 태자로, 태종 이방원의 이복동생) 묘지 팻말이 보이면서 등산로가 시작된다. 여기서부터 벌봉까지 가는 한적한 길은 오고가는 이들이 별로 없어 낙엽 밟는 소리만 들려준다.
발목까지 잠길 정도로 푹 쌓인 낙엽들은 쿠션과 함께 사운드까지 제공하는데, 등산로가 잘 닦인 산길과는 또 다른 걷는 재미를 선사한다. 골짜기처럼 가운데가 움푹 파인 데는 구르던 낙엽들이 더 이상 갈 데 없어 쌓이고 또 쌓이면서 어떤 데는 종아리까지 차기도 한다. 이럴 때 요긴한 게 등산 스틱인데, 익숙한 길이어서 나는 작은 배낭만 매고 오르지만, 초행길엔 스틱이 있으면 편하다.
이 길은 나보다도 아내가 더 좋아하는데, 초입에서 낙엽 밟는 소리에 경계심을 높이는 동네 견공 두세 마리가 크르릉 컹컹 짖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중간중간 사진 찍으면서 천천히 올라가노라면 한 시간 안 돼서 산성 담벽을 만날 수 있다. 남한산성의 동고서저 지형상 5백 미터 조금 넘는 벌봉이 산성에서 가장 높아 가벼운 등산과 이후의 산성 산책을 함께할 수 있는데, 우리는 산성의 외곽에 있는 봉암성까지 갔다 오면서 가을 정취를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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