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기르고 보내는 일
Posted 2020. 12. 2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지난 봄 검단산 앞 농원에서 용신목(3/7/20)을 하나 들였다. 키가 1미터는 족히 되고 오각형 줄기가 튼실한데다 옆으로 한 팔을 벌리고 있는 재밌는 모양새였다. 한 달에 한 번 주는 물로 잘 자라 계절이 두어 번 바뀌는 동안 거실을 빛내주었는데, 두어 달 전부터 군데군데 껍질이 상처 받아 딱지가 생긴 것처럼 변하더니 두어 주 전부터는 윗 부분 색이 연해지면서 만졌을 때 딱딱한 기운은 없고 물컹한 느낌을 전해 주기에 이르렀다.
딱히 어찌할 도리가 없어 고심하던 아내가 어느날 칼을 들었다. 다행히 옆으로 난 팔 부분은 온전한듯해 그 부분만 다시 심었다. 뽑혀진 몸체는 토막내서 버려야 했는데, 이 모든 과정을 아내가 집도했다. 훤칠했던 키가 자라기는 커녕 줄어도 너무 줄어들어 난쟁이가 되고 말았지만, 은근히 귀여워 보이기도 했다.
가지처럼 뻗어 있던 게 메인 몸체가 된 이 친구가 아픔을 극복하고 잘 자라 주길 기대했지만, 일주일여를 지내고는 시들고 말았다. 아무래도 착근하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쉽긴 하지만 식물을 사고 기르고 보내는 데 열정적이지 않고 무심한 편인 게 이럴 땐 도움이 된다(고 자위해 본다). 봄이 되면 다시 조금 작고 기르기 쉬운 선인장류를 하나 들여서 잘 키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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