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묵
Posted 2020. 12. 2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겨울 도루묵 철이 됐다. 코스트코 해산물 코너에 보이길래 한 팩 샀다. 얼추 10마리는 넘겠다 싶었는데 14마리가 들어 있었다. 도루묵은 알이 생명인데, 이렇게 팩에 쌓여 있으면 알이 있는 건지 알 도리가 없지만, 한 번 사 봤다. 구이는 내가, 다음날 조림은 아내가 하기로 하고, 셋이서 두 마리씩 구워 먹으려고 흐르는 물에 씻는데, 꽤 미끌거렸다.
다행히 죄다 알백이였다. 생선은 먹을 땐 좋은데, 굽는 냄새가 집안에 배는 게 일이다. 베란다에 놓고 쓰는 생선 그릴에 얹어 굽는데, 살은 잘 구워졌지만 도톰한 알까지 잘 익히기가 쉽지 않았다. 알 부분이 터지고, 아래로 떨어지기도 하는 등 난리였다. 구이가 쉬운 게 아니구나 하면서, 어째어째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그래도 맛나게 먹었다.
아내가 무만 넣고 졸인 조림은 썩 잘 됐다. 입 안에서 오도독 소리를 내면서 맛있게 먹고, 국물에 흩어진 알들까지 알뜰하게 떠 먹고 남은 국물에 비벼 먹느라 오랜만에 반 공기를 더 먹었다. 한 번 더 사 와서 깔끔하게 굽는 걸 도전할까 싶은데, 아내가 말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