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갈나무 숲
Posted 2021. 5. 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동네 산길을 걷다 보면 가장 눈에 띄는 나무가 신갈나무(7/27/19)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래서 별로 눈에 안 띄는 나무이기도 한데, 너무 흔하기도 하거니와 이렇다 할 특징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거의 매번 그냥 지나치기 십상인데,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지나치는 나무 두세 개 중 하나일 정도이다.
신갈나무 잎은 구멍이 뚫려 있는 것들이 많은데, 아마도 잎이 커서 애벌레들이 갉아먹기 좋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은 좀 덜한데, 애벌레들이 극성일 땐 보통 손바닥만한 이파리의 거의 절반이 숭숭 구멍이 뚫려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웬만한 나무라면 벌써 거덜이 났을 텐데, 그러고도 끄떡없으니 생명력이 대단하기도 하다.
어쩌면 이렇게 흔하고 평범하고 말없이 동네산을 지키고 있는 나무들 때문에 산길은 도드라지지 않고 수수하면서 물리지 않는 매력을 간직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온통 눈길을 사로잡는 나무들 투성이라면 순간적으로는 즐겁겠지만, 그저 묵묵히 산에 오르는 데는 오히려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른다.
'I'm wandering > 동네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수국 흔적들 (0) | 2021.05.13 |
---|---|
펀(Fern) (0) | 2021.05.12 |
약수터의 스덴 대야 (0) | 2021.05.03 |
나무인 줄 알았잖아 (0) | 2021.04.09 |
좋구나, 매화런가? (0) | 2021.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