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나비들
Posted 2021. 7. 1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연일 30도가 넘는 더위가 지속되면서 산행은 꾀가 나서 게울러지고, 산책은 끈적거려 망설여진다. 산행이나 산책 자체는 즐겁지만, 산책만 해도 새벽 시간 말고는 습기가 많고 쉽게 지쳐서 잘 안 하게 된다. 간혹 바람이라도 불면 다행이고, 소나기라도 내리면 조금 식긴 하지만, 이내 후덥지근해져 에어컨 바람만 찾게 된다. 그래도 산길과 산책로엔 시간 가리지 않고 북적이는 게 신기하다.
사람뿐만 아니라 산책로에서 종종 만나는 나비들도 지친 기색이다. 보통 때 같으면 사람이 다가가는 기색만 보여도 날아가더니만, 요즘은 이 녀석들도 지치고 나른한지 가까이 다가가서 걸음을 멈추고 몸을 숙여 줌을 잡아당기기까지 그냥 그대로 한참을 앉아 있다. 나도 귀찮고 피곤하니 잠시 구경하다가 갈 길 가라는 무언의 신호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