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뱅잉하는 수양버들
Posted 2022. 4. 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한강변을 걷는데, 딱히 볼 것 없는 요즘은 늘어진 수양버들 세상이다. 아직 새 잎들이 돋아나지 않은 주변 나무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연두색으로 빛나고 있다. 맘모스처럼 거대한 나무(10/31/20)도 볼만 하지만, 마치 방금 감은 머리카락을 칭칭 늘어뜨리고 있는 모습도 제법 장관이다.
늘어뜨린 가지가 얼마나 긴지, 긴 건 몇 미터에 이를 정도다. 얼핏 보면 머리를 풀어헤친 게 헤드 뱅잉을 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가만히 보면 나름 질서 있게 하강하면서 불어오는 바람에 맞춰 가볍게 리듬을 타고 있다. 마치 그렇지 않다면, 나무의 밸런스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시위하는 모양새다.
문득 저 가지끝으로 간지럼을 당하는 강 건너편 예봉산 봉우리들은 용케 참고 서 있겠구나 싶은 상상도 든다. 색색 꽃과 초록이 없는 겨울과 초봄 산책길에서 이만한 친구도 없는 것 같다. 좋구나, 늘어지고 흔들리는 버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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