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다 핀 사랑
Posted 2022. 8. 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애니고에서 검단산 올라가는 초입에 사랑나무 연리지(11/3/16)가 있다. 두 줄기가 자라면서 커브를 타며 서로를 감싸듯 러브러브하는 모양새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한 뿌리에서 갈라진 건지, 아니면 서로 다른 나무가 인접해 자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산길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남은 줄기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눈높이쯤만 남겨놓고 잘린 가지는 수피가 벗겨져 형체만 남아 있다. 둘 다 살리기보다는 한쪽에 집중시키는 게 낫겠다는 불가피한 조치였겠지만, 조금 안스럽게 보였다.
나무도, 숲도, 산도 효율이나 성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데서 유탄을 맞아 못 다 핀 사랑이 되었다. 사람이나 나무나 자신을 희생하면서 곁에서 상대의 성장을 지켜보거나, 지켜주는 존재에 만족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그래도 나름대로 소임을 다하고 있는 것 같아 지나다닐 때마다 눈길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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