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 껍질
Posted 2023. 3. 1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지난달 남도 곡성에 갔을 때 아침 먹고 뒷산을 잠깐 산책하는데, 아랫쪽부터 1미터가 넘게 수피를 반듯하게 벗겨 놓은 나무들이 많이 보였다. 고로쇠나무처럼 수액을 체취하는 것도 아니고, 갈아입는 겉옷도 아니면서 속살을 훤히 드러내고 있는 게 이상해 보였다.
수피를 벗긴 나무들이 수십 그루에 이르고, 경계면이 칼과 자로 댄듯 반듯한 걸로 봐서 우연한 일로 보이진 않았다. 수도원 관계자분들께 물었더니, 산을 관리하는 데서 어느날 집단적으로 이렇게 해 놓았다고 한다. 참나무 시듦병 같은 병충해로부터 나무들을 보호하려는 시도 같은데, 자세한 사정은 알 수가 없다.
아랫쪽 자른 데를 보니, 제법 두꺼운 수피를 반듯하게 자르고 벗겨냈다. 지난주에 동네 객산을 걷는데 소나무 하나가 껍질이 제법 길게 벗겨져 있었다. 이건 누가 일부러 벗긴 건 아니고, 자연스레 벗겨진 것 같은 모양새였다. 주위의 다른 소나무들도 멀쩡했는데, 두꺼운 철갑 같은 수피가 어찌 이리 벗겨졌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