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주일이면 예배 마치고 점심 먹고 장충단과 남산, 옛 성곽 흔적이 살짝 남아 있는 광희문 방향까지 교회 뒷골목을 자주 걷는데, 교회 바로 뒤 주택가 좁은 골목에 유럽풍의 지붕에 창이 많은 흰색 건물이 있다. 3층이지만 지붕에 2층이 있어 5층 건물인 셈인데, 유럽 성채 같아 보이는 우리 교회당 정도는 아니어도 독특한 외관이 눈길을 끈다. 

 

지붕에 극동음향이란 간판을 내건 걸로 볼 때 회사 사옥으로 쓰는 것 같은데, 그 중에서도 어떤 걸 만들어 파는 덴지 궁금증을 묻어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주일에 건물 벽에 제네바를 크게 새긴 소형차 두 대가 주차돼 있는 게 보였다. 빨간색 차는 흰색으로, 흰색차는 빨간색으로 아주 선명하고 뚜렷해 한 번 보면 각인이 될 정도였다. 

 

제네바는 스위스에 있는 도시인데, 뒷쪽엔 스위스 국기에 나오는 정십자도 보였다. 스위스 음향기기를 수입 판매하는 건지, 아니면 기술제휴하는 건지 궁금해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제네바란 스피커를 판매하는 회사였다. 사람들이 선망하는 도시 이름을 브랜드로 내걸었으니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기회가 되면 조금 더 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