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힘겨움
Posted 2026. 1. 3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영화, 전시회, 공연
어떤 그림은 보는 순간 이전에 봤던 비슷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덕수궁 현대미술괸에서 조각가면서 화가였던 문신(1922-1995)의 1948년작 <고기잡이>를 보는 순간, 3년 전 루브르에서 봤던 프랑스 인상파 귀스타브 카유보트(1848-1894)의 1875년작 <마루 깎는 사람들>이 바로 떠올랐다. 바다와 실내라는 장소와 하는 일은 다르지만, 함께 하는 힘겨운 노동의 순간들을 잘 그려낸 작품들이다.
잠시도 쉴 수 없는 치열하고 고단한 육체 노동을 하는 이들은 두 그림 모두 웃통을 벗고 땀흘려 일하는 근육질 남자들인데, 그 노동의 강도는 막상막하일 것이다. 파도와 싸우며 흔들리는 배 위에서 그물을 잡아당기는 고기잡이가 더 힘들어 보이기는 하지만, 연신 미룻바닥을 대패로 깎고 작업하는 이들의 노고도 못지 않아 보인다.
이렇게 격렬하게 몸을 쓰고 힘을 쓰는 노동은 해본 적이 없고, 주로 편히 앉아서 머리를 쓰는 일만 해왔으니, 아마 나라면 잠시도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노동의 힌겨움을 그저 그림을 보면서 상상할 뿐이다. 검색해 보니 흥미롭게도 문신은 조각가답게 해녀들이 부조(浮彫)된 <고기잡이> 액자를 직접 제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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