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력과 어울림
Posted 2011. 5. 2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돌담새로 봉숭아가 삐죽 고개를 내밀었다. 여름이 되면 손톱을 물들일 수 있도록 꽃이 필
것이다. 한두 해 전까지만 해도 숲은 숲이요, 나무는 나무요, 꽃은 꽃이요, 풀은 풀일 뿐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아 눈에 안 들어왔는데, 요즘은 철이 들려는지, 철이 됐는지 종종 시선을 잡아끄는
것들이 생긴다.
산에 다니다 보면 큰 바위 틈새로 작은 야생화가 피어 오르거나 나무가 자라는 것을 신기하게
바라볼 때가 있다. 작은 풀이라면야 얇게 덮인 흙만으로도 자랄 수 있겠지만, 어떻게 저런 곳,
저 위치에서 나무가 자랄 수 있는 건지 한참을 이리저리 둘러보게 된다. 겉은 바위지만 속은
흙인 건가.
모락산 사인암 다 가면 나오는 큰 바위 틈새로 진달래가 피어 오르는 것을 한 달 가까이 매번
신기하게 바라봤다. 지난주까진 피어 있더니 이번 주엔 아주 지고 말았다.
생명력도 대단하지만, 돌과 꽃, 바위와 나무처럼 이질적인 것들이 한데 어울려 더불어 함께
자라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따로였다면 아마 너무 흔해 둘 다 눈길이 안 갔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