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의 흔적
Posted 2023. 7. 2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새벽 산책길에 강변 수풀 아래로 지난주에 맹렬했던 장마의 흔적(8/17/20)이 남아 있었다. 산책로 아래 고수부지까지 잠겨 있던 물이 빠지면서 부러진 잔 나뭇가지들 사이에 밀려 온 쓰레기들과 부유물들이 그대로 형체를 드러낸 것이다. 시람이 살지 않는 곳도 이런데, 집과 논, 과수원, 축사 등이 잠겨 물 피해를 입은 이들의 심정은 헤아릴 길이 없다.
어렸을 때 살던 보광동도 홍수 때면 한강물이 황토색으로 바뀌면서, 온갖 물건이며 가축들까지 떠내려가는 걸 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한강을 준설하고 강변 고수부지를 정비해 공원을 만든 다음에야 장마로 상류에서 떠내려오는 것들이 줄어들었는데, 강변 수풀은 아직 그 쓰레기들의 흔적을 보여준다.
밑부분은 지저분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과 산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나무는 아름다웠고, 숲은 더욱 울창해졌다. 새벽인데도 선선한 기운보다는 이제 본격적인 더위와 폭염이 몰려와 후덥지근해지려는 조짐이 느껴진다. 산책의 상쾌함, 풍경의 유려함은 무더운 이 여름을 잘 보낸 후에야 누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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