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배려 또는 섬김
Posted 2023. 10. 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산길을 걷다 보면 쓰러진 나무들(10/4/14)을 종종 보게 되는데, 개중에 등산로를 가로질러 비스듬히 누워 있는 것들이 있다. 보통은 자르거나 한가친 곳으로 옮겨두지만, 그냥 방치된 것들도 있다. 땅바닥으로 낮게 깔려 있으면 장애물 경주하듯 훌쩍 건너뛰면 되지만, 머리 높이로 가로지르고 있는 것들은 무심코 걷다간 머리를 부딪힐 수도 있다.
검단산에서 만난 쓰러진 나무는 공교롭게도 등산객들이 지나가는 위치에 짧은 가지 두 개가 삐죽 아래를 향하고 있어 위험해 보였는데, 누군가가 목장갑을 끼워놓아서 안전하게 지나가도록 돕고 있었다. 눈에도 잘 띄고, 가까이서 보니 춤추는 손가락 모습이 은근히 해학스러운 구석도 느껴졌다.
그냥 혼자 피해 지나가도 그만이지만, 혹여 무심코 지나던 사람이 다치기라도 할까 봐 이렇게 장갑을 끼워놓은 누군가의 친절이랄까 배려가 느껴졌다. 별 거 아닌 거 같아도 산길을 오래 다닌 이들의 남다른 섬김이 읽혀졌다. 둥네산에서는 종종 본의 아니게 멋있게 쓰러져 있는 나무들(5/26/13)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