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교회당
Posted 2023. 11. 8. 00:00, Filed under: I'm churching/교회 나들이
장충체육관에서 동대문 방향으로 걷다 보면 족발집들이 이어지다가 길가에 우뚝 솟은 성채 같은 건물이 보인다. 돌아가신 김수근 선생의 작품으로, 독특한 외관이 시선을 끈다. 1981년에 세워졌으니 40년이 넘었는데(교회는 80년 가까이 됐다), 역시 돌아가신 지 오래 된 장공 김재준, 여해 강원룡 선생이 목회하던 경동교회다.
이 교회당 근처는 자주 지나다녔고, 이 교회의 존재를 안 지도 오래 됐지만, 11월 첫 주일에서야 실로 오랜만에 들어가서 예배를 드렸다. 10월 한 달간 향린교회를 다닌 것처럼 11월 한 달 간 다닐 예정이다. 본의 아니게 "한 달 교인"의 삶이 이어지고 있는데^^, 두 교회 모두 기장측 교회로, 은근 내 취향과 잘 맞았다.
교회당 안은 한국 제일의 건축가가 설계를 해서인지, 육중한 콘크리트 몸체 그대로 마무리한 데가 많아 투박하면서도 장중하고 은근 세련돼 보인다. 전면은 중앙 십자가와 좌측의 파이프 오르간, 우측의 콘크리트 벽체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의자 하나 안 놓은 강단은 오히려 압도하거나 위압적이지 않으면서 개방돼 보인다.
입장하거나 회중석에 앉으면 10미터는 족히 돼 보이는 길쭉하고 날렵해 우러러 바라보게 만드는 십자가가 내내 시선을 끈다. 십자가 위 지붕은 자연 채광인듯 싶은데, 은은히 빛이 비취는 구도다. 퇴장할 땐 스테인드 글라스 십자가를 지나는데, 여긴 작은 십자가들이 손에 손을 잡은듯 연합해 살라고 권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