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죽
Posted 2023. 11. 2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추석 때 동생네가 가져온 늙은 호박으로 아내가 호박죽을 만들었다. 보통 죽집에서 파는 건 단호박으로 만드는데, 늙은 호박 특유의 진한 색을 띠고 살짝 쌉싸리한 맛이 났지만, 한끼 식사 대용이 됐다. 죽, 그것도 호박죽으로 점심이라니, 내 식성으로는 경천동지할 일인데, 세월이 흐르면서 내 입맛도 순응해 가는 것 같다.
위에다 완두콩과 잣을 얹었는데, 잣은 OK, 완두콩은 모양은 나지만 맛에 도움을 주진 못했다. 그래도 액체만 넘기지 않고 작게나마 씹히는 게 있어서 나쁘지 않았다. 한 그릇 더 먹을 수도 있었지만, 타박하던 죽에 대한 변심을 들킬 것 같아 사양했다.^^
호박죽은 호텔이나 뷔페 식당, 결혼식 식사 같은 데서 수프와 함께 있을 때 한 국자 정도 떠 와서 맛을 보는데, 달달한 게 식욕을 북돋곤 한다. 물론 순위는 다른 수프들에 밀려 안 떠 올 때가 많은데, 간혹 근사한 맛을 내는 집들도 있다. 날도 슬슬 차가워지면서 한 달 뒤면 동지팥죽을 먹겠구나.